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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예쁘게! 더 멋지게! 소풍 도시락이 뭐길래~ [육아에세이]
> 오피니언    |   2019년05월16일
이미선 (press@leadmom.com) 기자 
- 독박육아맘의 애 키우는 이야기 : 2019년에 8살이 된 아들과 5살이 된 딸을 98% 독박육아로 키우는 육아맘의 '리얼', '생생', '살벌'한 육아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두 아이의 봄 소풍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소풍이라고 하면 아이들은 신이 나고 설레지만 부모는 '도시락을 어떻게 싸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1년에 몇 번이나 간다고! 그깟 도시락이 뭐 대단한 일도 아니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의 도시락이 부모의 얼굴인 것처럼 느껴져 쉽게 여길 수가 없다. '다른 엄마들보다 더 잘 싸줘야지'라며 내 스스로 경쟁심을 느끼게 된다. 원에서 주먹밥을 준비해 주던 큰 아이의 유치원 소풍을 떠올리며 '도시락 좀 단체로 어디서 맞춰서 가면 안 되나'라며 구시렁거리기도 했다. 




 
SNS를 수놓는 화려한 도시락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멋지고 예쁘게 싸주고 싶다'라고 마음먹지만 현실에선 실현 불가능이다. 특히 나처럼 곰손인 엄마들에게 아이의 도시락을 '멋지게', '예쁘게' 싸준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이가 "소시지 문어 만들어줘~", "김밥에 시금치는 빼줘!", "김밥 싫으니까 고기 넣고 주먹밥 해줘"라며 구체적인 요구를 하기 시작하면 부모의 수고는 배가 된다.

내게도 '도시락이 뭐 대수야?'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맛만 있으면 되지, 생긴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정성만 있으면 되지'라고 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큰 아이가 7살이 되면서 처참히 무너졌다. 소풍을 다녀온 아이가 "엄마. OO는 김밥이 꽃 모양이야~"라며 눈을 번쩍이는 것이 아닌가. 아이는 별 뜻 없이 한 말이겠지만 '그럼 나도 다음에는 김밥을 좀 꾸며서 싸줘야 하는 건가'라며 속이 시끄러워졌다.

더욱이 친구의 것과 자기의 것을 비교하며 평가하는 말을 즉석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초등학생의 도시락을 싸는 것은 부모로서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엄마가 대충 싸준 도시락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속상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진 않았다. 자신의 도시락을 자랑스러워하게는 못 할망정 그것이 창피함을 주는 대상이어서는 안 되니까. 




 
지난해부터 도시락 메뉴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던 큰 아이는 김밥은 싸되 오이를 넣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시금치 대신 오이를 넣은 김밥을 쌌다.시금치 무칠 수고를 덜 수 있어서 나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소고기 볶음을 섞어 간을 한 밥에 단무지, 맛살, 우엉, 오이까지 들어가니 김밥만으로도 비주얼이 나쁘지 않은 듯 했다. 소시지를 좀 구워서 같이 넣어줄까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나름 괜찮다 싶었다. 김밥도 평소보다 단단히 잘 말렸다^^.

소풍에 함께 가 아이들을 돌봐 주는 반대표 어머니가 보내주신 사진을 보니 다행히 큰 아이의 도시락이 친구들 것보다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다.




작은 아이의 도시락은 끝까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소풍을 앞두고 도시락 준비를 하는 내게 작은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김밥 싫어!" 요즘 야채를 거부하는 시기의 작은 아이는 김밥에 각종 야채가 들어간다며 김밥 먹는 것을 거부했다. "그럼 유부초밥은 어때?"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 정도는 괜찮겠네"라고 답했다.

결국 내가 준비한 작은 아이의 소풍 도시락은 유부초밥과 주먹밥이었다. 나름 야채를 다지고 소고기를 볶아 넣긴 했지만 김밥과 같은 알록달록한 비주얼이 아닌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행인 것은 5살인 작은 아이는 아직 친구의 것과 자기 것을 비교할 줄 모른다는 것.

도시락을 싸기 위해 나는 평소보다 2시간 30여 분을 일찍 일어났다. 혹시라도 주방에서의 소리에 아이들이 깰까 봐 조심스럽게 도시락을 준비하는 마음은 꽤나 즐거웠다. 사실은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 "좀 더 예쁘게! 좀 더 멋지게!"라고 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다가도 '난 왜 이렇게 손재주가 없을까' 좌절했다. '도시락 한 번만 더 싸다가는 허리가 휘겠네'라며 조금의 불평도 늘어놨다. 그러다가도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도시락을 맛있게 먹을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같았다. 비록 볼품없는 도시락이었지만.

끝내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도시락을 들고 다녀온 작은 아이가 "엄마가 싸준 도시락 OO랑 XX도 나눠주고 다 먹고 왔어~"라고 해맑게 얘기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힘들여 도시락 준비한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겨우 소풍 도시락 하나에도 경쟁심을 느끼게 되는 엄마의 삶, 참 고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도시락이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워 준 아이들의 마음이 고맙다. 아이들을 보며 '도시락의 참된 의미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에필로그.

"얘들아~ 다음 도시락은 김밥가게에서 사서 넣어주면 안 될까^^; 도시락에 예쁘게 넣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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