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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부부 싸움이 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전문가 칼럼]
> 기획    |   2019년10월07일
정지은 (babygirl@leadmom.com) 기자 
+ write 문지효
미국에서 18개월 터울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 자녀 양육의 부담감과 호기심으로 유아 교육/아동 발달학 공부를 시작, 유아 교육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미국 프리스쿨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저도 어느덧 아이 둘을 키운 지 4년이 넘었습니다. 더 이상 어설픈 초보 엄마라고 자칭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아이를 낳고 제법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각 시기마다 기대되는 일들도 있었고, 걱정과 염려가 앞서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울고 웃던 여러 사건들과 웃픈 추억들까지 셀 수 없이 참 많습니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저도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아이와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세밀한 고민과 여러 시도들을 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염두에 둔 것은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부모’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바쁜 남편을 대신해 아이들과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와 이벤트를 알아보고, 남편의 일정에 맞춰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나는 식의 가족 나들이를 여러 번 계획했었죠.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가족 나들이는 아주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화목한’ 나들이가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는 어린아이 둘을 준비시켜서 외출하는 일 자체가 굉장히 피곤하고 버거웠습니다.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던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고 회유를 하다가 끝내는 화가 나서 진이 다 빠진 상태로 남편을 만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가족 나들이를 기대하고 고대했던 남편은 아이들을 보고 행복해했습니다. 아이들도 그렇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혼자 한껏 고생해서 아이들과 도착했더니 남편은 몸만 딸랑 와서 아이들과 낭만과 행복만 쌓고 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만나는 순간부터 남편을 비난하며 싸움닭처럼 내내 맹공을 펼쳤습니다. 아이들이 눈앞에 버젓이 있는데도 저는 틈틈이 냉소적인 말투와 부정적인 언어로 남편을 자극하고 부부 싸움을 하려고 안달이 났었죠. 당시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정말 미안한 모습입니다. 나름 좋은 의도와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경험한 시간은 공포/불안/슬픔으로 가득했던 건 아닌지,  그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결혼 후 맞벌이 부부의 싸움 횟수가 일주일 평균  1.9회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싸움의 이유와 원인은 차치하고서 이번 칼럼에서는 '부부 싸움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부부 싸움의 내 아이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


아이들은 이르면 생후 6개월부터 청소년기까지 부모의 싸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정서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자주 다투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언젠가는 부모가 이혼하거나 자신을 두고 사라지거나 혹은 가족이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서적인 안정감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정확히 부모가 왜 싸우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의 경우 싸움의 원인을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포감, 무기력함, 슬픔, 불안과 분노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미국 뉴욕대와 노스캘로라이나 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부부의 몸싸움을 자주 목격한 만 5세 이하 아이들의 경우 감정 제어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부 싸움이 내 아이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


이렇게 싸우는 부모의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자녀들에게도 전달됩니다. 즉, 부모의 싸움으로 인해 아이들은 고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는 것이죠. 뉴욕 로체스터 메디컬 센터에서는 부모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 경우 만 5세에서 10세 아이들에게서 고열을 동반한 질병이 36% 정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한 부모의 불화로 아이의 외적 모습이 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영국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은 여학생 270여 명을 세 그룹(12세 이후부터 불화가 있는 부모/화목한 부모/별거로 한쪽 부모와 산 경우)으로 나누어서 가정 환경과 외모의 관계를 조사 분석했는데요, 행복한 부모 아래에서 살아온 여학생의 얼굴 모습이 가장 여성적이고 호감형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불화가 있는 부모와 함께 산 여학생의 얼굴은 한쪽 부모와 살아온 여학생의 얼굴에 비해 얼굴빛이 어둡고 남성적 특징이 두드러지는 얼굴 윤곽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싸우는 부모의 모습을 목격한 여자아이들은 불안한 내면 심리를 남자아이들에 비해 속으로 삭이고 숨기는 경우가 많은 데다 그러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근육이 형성/발달되기 때문입니다. 


그간 부부 싸움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문제를 주로 일으킨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부 싸움이 내 아이의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부부가 자주 싸울 경우 부부간의 관계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도 적신호가 켜집니다. 배우자와의 싸움으로 온갖 신경이 곤두서있는 부모가 과연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을까요? 아이를 매 순간 전심으로 사랑하고 포용하고 필요를 채워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됩니다. 양질의 육아와 양육이 불가능해지는 것이죠.

이렇게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유대감과 소속감을 온전하게 얻지 못한 아이들은 타인을 적대시하고 믿지 못하며 피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데도 미숙할 수 있습니다. 사회성이 부족해지거나 비행을 저지르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형제자매간에 옥신각신하는 사소한 문제에서도 자신들이 목격한 부모의 싸움을 모방하는 등 바르지 못한 문제 해결 방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들 합니다. 칼로 물을 벤다는 말은 금방 다시 붙는다는 말을 비유한 말입니다. 부부는 아무리 싸워도 금방 화해하고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속담이지요. 부부 싸움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성인 남녀가 항상 의견이 일치하고, 매번 평화로운 조율 과정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녀를 사랑하고 아이의 발달과 미래를 위해 더 이상 아이를 잦은 싸움과 폭력적인 갈등 상황에 노출되지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겠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부부 싸움을 할 경우의 대처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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