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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염·저염식을 일찌감치 포기했던 이유
> 오피니언    |   2019년10월29일
윤진아 (yun_jina@leadmom.com) 기자 
[딸아, 밥 좀 먹자!] #7. 무염·저염식을 일찌감치 포기했던 이유
+WRITE 신지현, EDIT 리드맘 편집부




[2019년 10월 29일] -
우리 딸은 꽤 오래 전에 아기김을 졸업하고 우리와 같이 어른 김을 먹는다. 주변을 보면 아이 또래들 중엔 여전히 아기김을 먹는 친구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그런 엄마들 눈엔 내가 참 편하게 생각없이 키우는구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워낙 안 먹다 보니 일찍부터 무염, 저염식을 포기하는 선택지를 피할 길이 없었다.





아기가 안 먹으면 제일 먼저 포기하는 ‘간’


분유를 잘 안 먹는 아기들이 이유식 또한 잘 먹지 않으면 엄마들은 애가 타기 마련이다. 어차피 끝내는 분유를 끊고 이유식-유아식 순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아기가 이유식을 잘 먹지 않으면 버티고 버티다 엄마들이 제일 먼저 포기하는 것이 바로 ‘간’ 이다. 소금이나 간장을 약간 첨가하면 그래도 좀 먹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잘 먹는 아기 키우는 엄마들에겐 이유식에 간이라니 기겁할 이야기겠지만 이 상황은 정말 겪어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간을 하는 것은 최소한 돌은 돼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첫째가 14개월 무렵에 유아식으로 넘어갔고, 그때부터 간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 우리 딸은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으로 잘 먹지 않았다. 그래서 간을 조금 첨가하니 대단히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먹기는 했다. 그렇다 보니 한 숟가락이 아쉬운 아이에게 무염을 계속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나트륨이 끼치는 나쁜 영향이 일부 있더라도 뭘 조금이라도 먹는 편이 아예 안 먹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어른 간까진 아니지만 아마 다른 친구들보다는 조금 센 간으로 먹는 편일 것이다.



시판소스 안 좋은 것 왜 모르겠어요

우리 딸이 두 돌 즈음 그나마 좀 먹었던 유아식은 아이 아빠가 해준 굴소스계란볶음밥이었다. 내가 먹어도 참 맛있는 그 요리는 흔한 볶음밥에 마지막 약간의 굴소스를 첨가하면 완성되는 우리 신랑의 시그니처였다. 처음엔 볶음밥에 굴소스를 쓰겠다는 신랑을 여러 번 말렸는데, 어느 날 그렇게 완성된 볶음밥을 아이가 제법 잘 받아먹는 것을 보고 그 뒤로는 가끔씩 굴소스를 사용하게 됐다.


어떤 육아 블로그를 보면 아이가 세 돌인데도 여전히 무염으로 요리를 해준다고 한다. 굴소스나 케찹 같은 일체의 시판 소스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블로거도 많이 보았다. 하나같이 아이의 건강을 염려한 엄마들의 자부심 가득한 글들을 읽으며 나는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내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라고 아이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아서, 시판 소스의 첨가물에 대해 무지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염을 끝까지 고수하고 감칠맛을 내는 일체의 소스를 쓰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요리해줘도 잘 먹는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잘 안 먹어 영유아검진만 하면 몸무게 하위 10프로 미만이 나오는 아이를 키우는 집은 거의 열의 아홉 이상은 나와 같은 선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 선택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진 않는 것은 아니니 그런 블로그를 볼때마다 상대적으로 엄마 로서의 나에 대한 자존감은 자꾸만 쪼그라들게 된다.



아무리 살찌우고 싶더라도 절대 주지 않는 음식들

해도해도 너무 안 먹으면 엄마들은 제발 뭐라도 먹어라 하는 마음에 보통 이것저것 제한없이 허용하고 먹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내 아이에게 절대 먹이지 않으리라 선을 그은 음식들은 먹이지 않았다. 라면, 통조림 식품, 패스트푸드 등이 그것이다. 건강한 재료들로 만든 요리에 소량만 사용하는 시판 소스가 끼치는 나쁜 영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자체로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들이기 때문이다.


잘 받아먹는다 해서 어른 몸에도 좋지 않은 것들을 이른 월령의 아기에게 자꾸 주며 괴로워하는 엄마들의 글을 보면 안타깝다. 하지만 굳이 의사가 아니어도 좋지 않은 식습관은 당장은 티가 나지 않더라도 우리 몸에 쌓이고 쌓여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후에 중대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아무리 아이가 안 먹고, 그래서 키가 작고 저체중이라 해도 최대 어떤 음식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한계선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어떤 경우에도 위의 언급한 음식들만은 먹이지 않았다. 아무리 아이를 살찌우고 싶어도 그런 좋지 않은 것들을 먹이면서까지 찌우고 싶진 않았다. 물론 크면서 결국 그런 음식들을 먹고 살게 되겠지만 그런 것에 대한 스스로의 변별력 없는 유아기부터 굳이 그런 식습관을 엄마가 키워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와 아이가 처한 상황으로 인해 비록 소금, 간장, 굴소스에는 일찌감치 무릎 꿇었지만, 그래서 내 아이가 지금껏 섭취한 나트륨의 양이 다른 친구보다 훨씬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딸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염, 저염식을 오래도록 고수하는 엄마들의 마음과 비교해 내가 뿌린 소금 무게 만큼의 차이도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어찌됐든 아이 생애 식습관의 기초가 될 시기에 조금은 찝찝한 출발을 한 것은 사실이니 앞으로는 그 소금의 몇 제곱에 해당하는 관심과 노력을 남들보다 더 쏟아야 할 것 같다.




write 신지현(post.naver.com/nikiko)

잘 먹지 않는 아기,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작은 아기를 키우고 있다. 평범한 엄마로서 아이를 잘 먹이기 위한 뾰족한 묘책은 없지만 아이의 식습관 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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