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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고 안 찌는 것도 어쩌면 유전일까? [선배맘 에세이]
> 오피니언    |   2020년01월16일
정지은 (babygirl@leadmom.com) 기자 
[딸아, 밥 좀 먹자!] #10. 안 먹고 안 찌는 것도 어쩌면 유전일까?
+ WRITE 신지현, EDIT 리드맘 편집부




[2020년 1월 16일] - 딸아이가 하도 안 먹고 성장도 더뎌 걱정되는 마음을 지인을 만난 김에 털어놓으니 그녀가 문득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럼 넌 어릴 때 잘 먹었어?”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랬다. 나도 할머니가 따라다니며 먹여 키운 그런 아이였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키 1, 2번을 다퉈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나다. 그리고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체격의 우리 신랑도 어릴 적 사진에선 나무젓가락 같은 다리를 뽐냈다.


그렇다면 안 먹고 안 찌는 우리 아이, 혹시 유전의 탓인 걸까?



잘 먹는 둘째도 살이 안 찌는 우리 집안 DNA


안 먹는 누나에 비하면 엄청난 먹성을 자랑하는 둘째 아들은 못 먹는 것이 거의 없다. 곧 두 돌을 앞두는 아이가 고기는 물론이요 각종 나물을 두루 섭렵하고, 깍두기에 무생채도 먹는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혀를 내두를 정도. 식탐도 어마어마해서 그것이 무엇이든 눈에 띄는 음식은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다. 오죽하면 내가 그 아이 몰래 숨어서 어른 간식을 먹을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 아들의 성장은 누나만큼은 아니어도 먹는 양에 비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에 비하면 한참 동생 같은 키와 체구다. 심지어 그 친구보다도 더 많이 먹는 데도 말이다. 그렇다 보니 마른 각선미가 드러나 딸에겐 못 입히는 딱 붙는 바지를 둘째에게도 못 입히고 있다. 이쯤 되니 좀 억울하기까지 하다.


첫째 딸은 안 먹어서 그렇다 치지만 너무 먹어 걱정인 둘째도 키, 몸무게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니 주변에서도 ‘집안 유전자’ 인 것 같다며 나를 위로한다.



엄마, 아빠도 실은 어릴 때 잘 안 먹는 아이였어요


생각해보면 정말 집안 내력이기는 하다. 엄마나 아빠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어릴 때 잘 먹었으면 반반의 확률이라도 있었을 텐데 우리 집은 나와 신랑 둘 다 어릴 적 안 먹는 걸로 속을 썩인 전력이 있으니 어찌 보면 우리 사이에서 먹성 좋은 아이로 태어난 둘째를 오히려 신기한 눈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시어머님은 아직도 어릴 적 우리 신랑 밥 안 먹었던 이야기만 나오면 두 눈을 질끈 감고 ‘아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나는 그 한숨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시어머님은 지금 내가 겪는 고충을 또한 너무나 잘 이해하신다.




그리고 아마 우리 할머니가 살아 계셨더라면 내 어릴 적 밥 먹는 이야기에 우리 시어머니처럼 반응하셨을 것 같다. 나는 신랑보다 조금 더 심했던 것 같다. 초등 저학년 때는 영양실조 판정까지 받았다. 밥 굶는 집도 아니고 따라다니며 안 먹인 집도 아니었는데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였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그러니 이렇게 족보를 따져보면 따져볼수록 오히려 지금의 작고 밥 안 먹는 우리 딸이 실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딸아, 밥 잘 먹었던 남자에게 시집가거라

사실 정말 안 먹는 것에 유전의 영향이 있는지는 아직도 확실히 잘 모른다. 어떤 소아과 선생님은 그런 영향이 있다고 했고, 또 어떤 분은 그렇지는 않다고 했기에 여전히 어느 쪽이 맞는지 불확실한 상태이다.


다만 그런 전문 의학적 지식이 아닌 그냥 내가 가늠해볼 수 있는 최대의 상식을 동원해 생각해보면 나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는 입장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옛말이 이런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대입해보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딸은 꼭 어릴 때 밥 잘 먹은 남자와 결혼했으면 좋겠다. 우리 딸이 이미 안 먹고 작은 걸로 전국 탑을 찍었으니 남편이라도 밥 잘 먹던 사람을 만나야 잘 먹는 아이 낳을 확률이 반반은 되지 않겠는가. 나는 이 대목에서 정말 진지하다. 우리 딸은 먹성 좋은 아이 낳아 키우며 적어도 안 먹는 아이 키우면서 경험하는 고군분투는 부디 모르고 살길 바란다.




 

먼 훗날 너희의 반전을 기대해


비록 딸아이가 지금은 밥도 잘 안 먹고 먹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크게 절망적이지 않은 이유는 또한 엄마인 나의 과거에서 기인한다. 영양실조까지 걸릴 정도로 안 먹고 허약하고 작았던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름의 급성장을 이뤘고, 20대 때에는 웬만한 또래 남자아이들만큼 많이 먹었고 가리는 음식도 거의 없었다. 지금의 신랑과도 연애 시절에 고기를 먹으러 가면 둘이서 4인분에 볶음밥까지 거뜬하게 해치우곤 했다. 물론 아이를 둘 낳고 키우는 지금은 식욕도 식사량도 반 토막이 났지만 말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좀 속상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사실 그렇게까지 걱정되진 않는다. 어릴 때 안 먹는 것을 닮았다면 커서 대식가, 미식가가 되는 것 또한 닮아가겠거니 하고 어쩌면 마음속으로 그리 믿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딸아이가 써 갈 반전의 역사가 벌써부터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 write 신지현
잘 먹지 않는 아기,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작은 아기를 키우고 있다. 평범한 엄마로서 아이를 잘 먹이기 위한 뾰족한 묘책은 없지만 아이의 식습관 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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