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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가정 보육을 하며 깨달은 것들
> 오피니언    |   2020년03월31일
정지은 (babygirl@leadmom.com) 기자 
= WRITE 김은애


[2020년 3월 31일] - "자의, 타의로 시작된 가정 보육. 다들 안녕하신가요?"

처음엔 ‘할 만하다!’ 싶다가도 나의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세 끼를 먹이고 잘 안 먹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치우고 닦고 다시 밥 차리고 재우고 하다 보니 점점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았던 날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오히려 깨달음을 얻고 있다.

 



‘둘이라서 다행이다’

그동안 지지고 볶고 싸우고 한 명이 울면서 나에게 이르러 오는 일상만 기억에 남았는데 24시간 둘을 매일매일 지켜보니 나 스스로 느끼고 배운 것이 많았다. 예전엔 정신없게만 느껴졌던 아이 둘과의 시간이었는데 가정 보육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의외로 둘이 붙어 있으니 더 잘 놀기도 하고 서로 챙기기도 하고...


공룡으로 함께 역할놀이를 하기도 하고(둘째는 아직 20개월이라 함께하는 놀이가 길진 않지만) 서로 “여보~” 부르며 엄마, 아빠 놀이도 하고 매트 위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좋아하는 영상을 보면서 둘이서 같이 율동을 하는 모습을 보는데 뭉클하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둘째가 기침을 하니 첫째가 아끼던 뽀로로 주스를 주면서 “먹어야지~ 기침을 안 하지.” 하는 것이었다. 동생을 위해 아까던 것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며 팍팍했던 하루가 잠깐이나마 감동의 순간으로 변하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보지 못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엔 근무를 하거나 신랑과 함께 있기 때문에 온전히 아이 둘을 보는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이었다. 뭔가 더 관찰자 시점으로 하루 종일 아이들을 보게 되고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많이 컸다는 것도 느껴졌다. 



‘괜찮아’


가정 보육 전엔 대부분 하루 일상이 비슷한 흐름대로 흘렀는데 이젠 더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루가 지나간다. 처음엔 나만의 일상이 무너지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이들이 원하는 흐름대로 놔두니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다.


그러면서 배운 ‘괜찮아 기법’. 아이들에게 화를 덜 내게 되고 초조한 마음도 사라졌다. 둘째가 요거트를 엎어 식탁 위를 문지르고, 베란다의 화분을 발견한 뒤 흙을 거실로 몰래 옮겨놓는 등 갈수록 다양한 일들을 더블 콤보로 겪다 보니 스스로 “괜찮아” 위로하기 시작했다. 몇 번 그런 일들을 겪으니 이젠 무의식중에 각오를 하거나 초긍정 마인드로 ‘이것도 놀이가 될 수 있겠다’ 싶다.



‘아이들이 만드는 놀이’


가정 보육의 초창기엔 ‘아이들과 뭘 하며 놀까?’ 검색도 하고 여러 미술 용품을 사기도 했다. 내가 매번 아이들 사이에 개입해 놀이를 주도적으로 이끌다 보니 심신이 아주 제대로 지쳤다.

이젠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놀이를 지켜보거나 엄마를 부르면 그때야 놀이에 끼어든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끊임없이 놀이를 만들고 즐긴다는 것을 알았다.




다섯 살 된 첫째는 아침에 일어나면 약 20마리의 공룡들을 차례로 나열하고 보살펴주거나 역할놀이를 시작한다. 어제는 프테라노돈이 타주는 세상 맛있는 바닐라 라테를 맛보기도 했다(내가 바닐라 라테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카페에 가서 몇 번 주문하는 것을 듣더니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휴지를 한 장, 한 장 뜯더니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어 인형들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놀이를 하는 것도 봤다. 그 놀이를 바라보면 아이의 마음이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귀엽기도, 웃기기도 하고 참 행복하다. “이제 자야지~” 하며 인형들을 재우고 본인은 정작 자진 않지만 말이다.


둘째도 누나가 노는 것을 지켜보다 잠깐 누나가 한눈판 사이에 몰래 가서 만지며 놀고. 뽀로로와 크롱을 한 손에 쥐고 “안녕~ 뽀뽀”하며 알콩달콩 노는 모습을 시간 제약 없이 지켜볼 수 있다. 굳이 엄마가 놀이를 주선하고 시작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각자의 놀이 흐름이 있는 것 같다. 그 흐름을 지켜보는 것도 잠깐 쉼이자 에너지 충전 시간이 된다.


‘엄마가 하는 것을 지켜보는 아이들’

아이들도 외부 생활을 안 하고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엄마를 관찰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예전보다 엄마인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을 더 많이 따라 한다. 내가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할 때면 아이들도 달려와 가만히 지켜보고 후에 역할놀이에서 노트북을 하는 모습을 흉내 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요리를 하는 등의 행동을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과 서로의 일상을 더 많이 공유하게 됐다. 신기하게도 그 속에서 엄마인 나도, 아이들도 더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자의든 타의든 가정 보육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꽤 괜찮다가도 꽤 힘들기도 하고.. 그런 순간들의 반복이지만 확실히 이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있다. 예전의 평범했던 일상들이 너무도 그립지만 지금의 시간이 주는 행복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힘을 낼 것이다.




write 김은애
4살, 2살 아이를 키우며 심리치료대학원에서 놀이치료를 공부하고 있다. 3년 가까이 육아 관련 네이버 포스트(post.naver.com/goanna11)를 운영하며 육아 정보나 육아 관련 글들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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